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세포 무리로, 몸의 하루 리듬을 맞추는 중심 생체시계입니다. 눈으로 들어온 빛 정보를 받아 잠들고 깨는 시간, 호르몬이 나오는 시간을 낮과 밤의 주기에 맞춥니다. 영어 약자로 SCN이라고 씁니다.

빛과 뇌 속 생체시계의 관계를 단순화한 개념도입니다.
몸 안의 시간과 바깥의 시간
우리 몸에서는 잠이 오는 시간과 체온, 호르몬 분비가 하루를 주기로 달라집니다. 이런 약 24시간의 변화를 일주기 리듬이라고 합니다. 여러 장기와 조직에도 각자의 생체시계가 있는데, 시교차상핵은 이 시계들이 서로 같은 시간을 가리키도록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시교차상핵은 좌우 한 쌍으로, 바늘 머리만 한 크기에 신경세포가 각각 1만 개쯤 모여 있습니다. 눈의 망막에서 들어온 빛 정보가 이곳에 전달되면, 몸 안의 시계가 바깥의 낮과 밤에 맞게 날마다 조금씩 다시 맞춰집니다. 그래서 몇 시에 자느냐와 함께 언제 밝은 빛을 보느냐도 수면 리듬을 바꿉니다. 식사 시간과 신체 활동,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정도 리듬에 영향을 줍니다.
시교차상핵과 멜라토닌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에서 나오는 호르몬입니다. 밤에 분비가 늘었다가 새벽이 되면 줄어들어 어둠의 호르몬이라고도 부릅니다.
멜라토닌이 언제 나올지는 시교차상핵이 정합니다. 시교차상핵이 직접 멜라토닌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 송과선에 신호를 보내 분비 시간을 조절합니다. 분비된 멜라토닌은 다시 시교차상핵에 작용해 생체시계의 활동에 영향을 줍니다.
수면 압력과 생체시계
졸음에는 생체시계 말고도 수면 압력이 작용합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잠을 자려는 압력이 쌓이고, 자고 나면 줄어듭니다.
생체시계는 지금이 하루 중 어느 시간대인지에 따라 졸음을 조절하고, 수면 압력은 얼마나 오래 깨어 있었는지에 따라 커집니다. 그래서 수면 상태를 평가할 때는 잠든 시각과 함께 전날 얼마나 잤는지, 낮잠을 잤는지도 묻습니다.
생체시계가 어긋나는 상황
시차가 큰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밤에 일하는 교대근무를 하면 생활 시간과 몸 안의 리듬이 어긋납니다. 밤늦게 전자기기의 밝은 빛을 보는 것도 생체시계를 흐트러뜨립니다. 이럴 때 낮에 졸리거나 집중하기 어려운 느낌이 생기고, 교대근무 때문에 이런 문제가 계속되면 교대근무 수면장애로 진단하기도 합니다.
잠드는 시간이 늦어졌다고 시교차상핵에 병이 생겼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진료에서는 실제로 잠들고 깨는 시각, 근무 일정, 빛을 보는 시간, 불편이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수면일지와 액티그래피
진료에서는 언제 얼마나 잘 자는지,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 카페인과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낮에 빛을 얼마나 보는지를 묻습니다. 이런 증상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 생체시계 문제를 의심할 수 있고, 잠든 시각을 정확히 모르면 수면일지를 쓰게 합니다. 잠든 시각과 깬 시각을 날짜별로 적어 두면 생활 시간과 수면 리듬이 어디에서 어긋나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액티그래피는 손목에 차는 작은 움직임 센서로 여러 날의 수면과 활동을 기록하는 검사입니다. 증상에 따라 수면다원검사를 하거나, 체온과 혈액 또는 침 속 멜라토닌, 코르티솔을 여러 번 재서 하루 동안 언제 오르내리는지 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