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니케실어증(Wernicke’s aphasia)은 뇌의 언어 영역이 손상된 뒤 말은 유창하게 나오지만 말뜻을 이해하고 의미 있는 내용을 전하기 어려워지는 실어증의 한 유형입니다. 길게 말해도 단어가 잘못 섞이거나 뜻을 알기 어려운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말과 그림을 함께 제시하며 이해를 돕는 언어치료 장면입니다. AI로 만든 가상 인물입니다.
유창함과 전달되는 의미
말이 자연스러운 속도와 문장 형태로 나와도 대화 상대가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필요한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말하거나, 실제로 쓰지 않는 말을 새로 만들어 섞기도 합니다. 자신의 말에서 생긴 오류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베르니케실어증은 유창성 실어증에 속합니다. 짧고 힘겹게 말하는 브로카실어증과는 두드러지는 언어 양상이 다릅니다. 유형을 구분할 때는 말의 길이뿐 아니라 전달되는 의미와 상대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을 함께 봅니다.
듣고 읽는 말의 이해
상대가 말한 단어와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글이나 수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지시나 빠른 대화는 따라가기 더 힘들 수 있습니다. 익숙한 단어가 들어 있어도 문장 전체가 무엇을 뜻하는지 놓치기도 합니다.
진료와 평가에서는 질문에 답하거나 지시를 따르는 모습을 살핍니다. 단어와 문장, 이야기 등에서 무엇을 이해하는지 확인하고 읽기와 쓰기도 함께 평가합니다. 말이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이해력이 잘 유지된다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측두엽 손상과 갑작스러운 변화
베르니케실어증은 언어 이해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의 손상과 관련됩니다. 실어증은 대부분 좌측 뇌의 언어 영역이 손상되면서 생깁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뇌졸중입니다. 머리 외상이나 뇌 감염, 뇌종양 등도 언어 기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진료에서는 언어 변화가 시작된 시점과 경과를 확인하고 뇌 영상검사 등으로 손상의 위치와 원인을 평가합니다. 갑자기 말의 내용이 이상해지거나 상대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등 의사소통 능력이 달라졌다면 뇌졸중 같은 응급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즉시 119에 연락하거나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해를 확인하는 언어치료
언어치료는 평가에서 확인한 어려움과 일상생활의 필요에 맞춰 계획합니다. 단어와 문장을 이해하는 연습, 의미에 맞는 표현을 고르는 활동 등을 하며 남아 있는 언어 능력도 활용합니다. 말을 잘 이어가는 정도와 함께 실제 대화에서 서로 뜻이 통하는지를 봅니다.
그림이나 사물을 가리키고 손짓을 함께 쓰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보완대체의사소통은 이런 표현 수단을 말과 함께 사용하거나 말을 대신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읽기와 그림 이해, 움직임 등 각자의 능력에 맞춰 사용할 수단을 고릅니다.
가족이나 환자와 자주 대화하는 사람도 치료에 참여해 전달 방법을 배웁니다. 짧고 분명한 문장으로 말하고, 필요한 핵심 단어를 반복하거나 그림을 함께 보여 줍니다. 성인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말투를 유지하면서 환자가 이해하고 답할 시간을 줍니다.
대화 중에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같은 방해 소리를 줄입니다. 환자가 한 말을 다시 짚거나 선택지를 제시해 서로 같은 뜻으로 이해했는지 확인합니다. 말의 오류를 계속 고치기보다는 손짓과 가리키기 등으로 전하려는 뜻에도 주의를 기울입니다.
손상의 원인과 범위, 건강 상태와 치료 기회 등에 따라 회복 정도가 다릅니다. 뇌 손상 후 시간이 오래 지난 경우에도 언어 능력이 좋아질 수 있어, 변화하는 의사소통 능력에 맞춰 치료 목표를 조정합니다. 환자의 의견과 선택을 일상 대화에 포함하는 것도 재활의 일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