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용언어 치료 사례, 공룡 이야기만 하던 만 5세 아이

말을 잘하고 아는 단어가 많아도 친구와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 아이가 있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과 상대방의 말을 듣고 주고받는 것은 다른 능력이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공룡에 관한 이야기를 쉬지 않고 이어가던 만 5세 아이의 화용언어 치료 사례를 소개해 드릴게요.

여성이 공룡 장난감을 둔 탁자에서 아이에게 가리키며 대화한다.

이 글은 실제 치료 사례를 바탕으로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게 정리했습니다. 아이마다 평가 결과와 치료 목표, 변화 속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말은 빨랐지만 친구와 대화가 어려웠던 만 5세 아이

만 5세 남자아이로, 말은 잘하지만 친구들과 대화가 잘되지 않아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보호자 말씀으로는 세 돌 무렵부터 말이 트이기 시작했고, 그 뒤로 어휘와 문장이 빠르게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유치원 선생님들은 말은 잘하지만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반복해서 전했습니다.

아이도 하원한 뒤 “친구들이 나랑 놀아주지 않는다”고 자주 말해 보호자의 걱정이 커졌습니다.

처음 내원했을 때도 비슷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는 입실하자마자 인사하기보다 공룡 피규어에 먼저 관심을 보였고, 자신이 아는 공룡 이야기를 쉬지 않고 이어갔습니다.

문장을 만들고 단어를 쓰는 수준은 생활연령보다 높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의문사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고, 상대방의 반응과 상관없이 공룡 이야기만 계속했습니다.

언어발달과 다른 결과가 나온 화용언어검사

언어검사에서 아이의 언어발달 수준은 생활연령보다 1년 이상 높게 나왔습니다. 반면 화용언어검사에서는 또래보다 늦은 수준으로 확인됐습니다.

화용언어 치료 과정, 공룡만 말하던 아이가 친구와 대화하도록 발전.

이 아이는 문장을 만들고 많은 정보를 말하는 능력은 앞서 있었지만, 대화 순서를 지키고 상대방의 관심을 살피며 주제를 함께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개별 언어치료에서는 대화 순서 지키기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서 상대방도 관심을 보이는 주제로 대화를 넓히기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시각적 단서로 대화 순서를 연습했습니다

치료 시간에는 시각적 단서를 활용해 지금 누구의 차례인지 확인하고, 상대방이 말할 때 기다린 뒤 알맞게 반응하는 연습을 진행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이야기를 무조건 막지는 않았습니다. 공룡으로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상대방의 표정과 말에 관심을 두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다른 주제로 옮겨가도록 도왔습니다.

집중적인 개별치료를 이어가자 아이는 대화 순서를 지키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모습도 늘었고요.

상대방이 지루해하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때 보내는 말과 표정, 몸짓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한 가지 주제만 고집하지 않고 대화 주제를 바꾸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친구와 대화를 연습한 짝치료

개별치료에서 진전을 보인 뒤에는 또래 아이와 함께하는 짝치료를 진행했습니다. 치료사와 연습한 대화 순서와 주제 전환을 친구와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도 써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짝치료에서는 친구의 말을 기다리고, 친구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를 함께 이야기하며, 놀이 흐름에 맞게 대화를 주고받는 연습을 이어갔습니다.

유치원 담임선생님도 공룡 이야기만 이어가는 모습이 줄었고, 친구들과 대화 순서를 지키는 모습이 좋아졌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자주 어울리는 친구도 생겼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치료를 마칠 때까지도 공룡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좋아하는 주제를 없애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는데요.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주제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줄어 치료를 종결했습니다.

👨‍⚕️아산소리이비인후과 한마디

이번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공룡 이야기를 못 하게 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화용언어 치료는 말의 양을 줄이는 치료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차례를 지키며,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로 넓혀 가는 연습입니다.

말은 풍부한데 친구와 대화가 자주 끊기거나, 자기 이야기만 이어가서 또래 관계가 어려워 보인다면 말의 양만 보지 마세요. 언어평가에서 상대방과 상황에 맞게 말을 주고받는 화용언어 능력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노란색 카운터와 파란 구름 벽면이 보이는 아산소리 아동발달클리닉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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