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뇌전증(epilepsy)은 뇌 신경세포의 전기 활동에 이상이 생겨 발작이 반복될 수 있는 만성 뇌질환입니다. 발작 때는 몸이 뻣뻣해지거나 떨릴 수 있고, 잠깐 반응이 멎거나 이상한 감각을 느끼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간질이라는 이름을 썼지만, 현재 국내 의학 용어는 뇌전증입니다.

뇌의 일부 신경세포에서 몰려 나타나는 신호

뇌전증 발작 때 신경세포의 전기 활동이 과도해지는 현상을 단순화한 그림입니다.

발작의 여러 모습

뇌의 어느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신호가 시작하고 얼마나 퍼지는지에 따라 발작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한쪽 손이 반복해서 움직이거나, 하던 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몸 전체가 굳고 팔다리가 반복해서 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뇌의 한 부위에서 시작하는 국소 발작은 미국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 기준으로 뇌전증 환자의 약 60%가 겪습니다. 일부 국소 발작에서는 의식이 유지된 채 낯선 냄새나 맛, 갑작스러운 감정을 경험하며, 측두엽에서 시작하는 발작에서 이런 전조가 흔합니다. 실제 냄새 자극이 없는 환후각도 여러 원인 가운데 뇌전증을 감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료에서는 감각이 지속된 시간과 그 뒤 의식이나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살핍니다.

발작이 끝난 뒤 곧 평소 상태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고, 한동안 졸리거나 혼란스럽고 피로한 사람도 있습니다. 목격자는 시작 모습뿐 아니라 회복되는 과정도 관찰합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목격자의 설명은 중요한 진단 자료입니다.

진단에서 확인하는 기준

뇌전증은 일반적으로 뚜렷한 급성 유발 원인 없이 생긴 발작이 24시간 이상의 간격으로 두 번 이상 반복될 때 진단합니다. 첫 발작이어도 검사와 병력을 바탕으로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면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은 발작 횟수와 원인, 향후 반복될 가능성을 함께 평가합니다.

고열이나 저혈당, 전해질 이상 같은 급성 문제로도 발작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발작했을 때는 그 당시의 몸 상태와 원인부터 확인합니다.

문진에서는 다음 내용을 확인합니다.

  • 처음 증상이 시작된 나이와 당시 상황
  • 의식과 반응이 유지되었는지
  • 눈과 팔다리의 움직임, 발작 지속 시간
  • 발작 뒤 혼란이나 졸림, 평소 상태로 돌아온 시간
  • 이전 뇌질환이나 머리 외상, 가족력

뇌파와 영상검사의 역할

뇌파검사는 뇌의 전기 활동을 기록합니다. 발작과 관련된 파형이 있는지 살피고, 증상이 시작되는 부위를 추정할 때 참고합니다. 필요하면 영상과 뇌파를 함께 기록해 실제 행동과 전기 활동이 같은 시점에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합니다.

뇌 MRI는 발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를 살핍니다. 혈액검사로 혈당이나 전해질, 감염 등 다른 원인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발작 사이에 시행한 뇌파나 MRI에서 이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반복되는 증상의 양상과 목격자의 설명이 평가의 중심이 되고, 필요하면 뇌파를 더 길게 기록합니다.

수면 중에 생기는 증상

일부 뇌전증 발작은 잠든 동안 나타납니다. NINDS는 뇌전증이 있는 사람에게 수면장애가 흔하고 잠 부족이 발작을 일으키는 강한 요인이며, 수면 문제를 치료하면 발작이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밤에 몸을 심하게 움직이거나 이상 행동을 보일 때는 사건수면 등 다른 수면 문제도 함께 감별합니다. 발생 시각, 반복되는 동작, 의식이 돌아오는 모습을 서로 비교합니다.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남긴 영상은 행동의 순서를 확인할 자료가 됩니다. 촬영보다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진단 후에는 담당 의료진과 정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매일 같은 시각에 자고 일어납니다.

발작을 목격했을 때

곁에 머물며 발작이 시작된 시간을 확인합니다. 주변의 단단하거나 날카로운 물건을 치우고, 쓰러진 사람의 머리 아래에는 부드럽고 납작한 옷 등을 받칩니다. 안전하게 몸을 옆으로 돌려 분비물이 밖으로 흐르도록 하고 목을 조이는 옷은 느슨하게 합니다.

팔다리를 억지로 붙잡거나 입에 손가락, 수저, 수건을 넣지 않습니다. 치아나 턱을 다칠 수 있습니다. 물과 음식도 의식이 완전히 돌아온 뒤에 줍니다. 발작이 끝난 뒤에는 숨을 잘 쉬는지, 반응이 돌아오는지 지켜보며 안전한 곳에서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발작이 5분 이상 이어지거나 발작이 끝난 뒤 곧 다시 발작하면 119에 신고합니다. 처음 겪는 발작, 호흡이나 의식 회복의 어려움, 다침, 물속에서 발생한 발작, 임신 중 발작도 응급 도움을 요청할 상황입니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의식을 잃었을 때도 즉시 응급 도움을 요청합니다.

관련 용어

  • 뇌파검사: 뇌의 전기 활동을 기록하는 검사
  • 사건수면: 수면과 관련해 나타나는 이상 행동의 범주
  • 환후각: 실제 냄새 자극 없이 냄새를 느끼는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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